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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슬픔의 순간들의 이야기

채소밭에 경고장(警告狀)

채소밭에 경고(警告狀)

모든 씨는 싹이 나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사람도 태어나서 장가를 가서 자식이 태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합니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씨뿌릴 때부터 기온변화가 심하더니 고구마 모종도 1단에 9000원 10단을 심었는데 아침 찬 기운에 얼어 죽어 다시 심어야 했으며 지금은 그럭저럭 잘 자라고 있어 고구마 넝쿨이 뻗어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농사짓는 즐거움에 밭에 나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이모종입니다. 오이도 모종하고 찬 기온이 몰려와 하루아침에 말라죽어 여러 날을 기다리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 오이를 심었는데 쑥쑥 자라야 하는 오이가 시들거리고 여느 때 같으면 오이를 따먹어도 여러 차례 따먹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못난 자식에게 손이 더 간다고 다른 작물 보다 물을 더 주고 묶어주고 마음을 쏟았는데도 겨우 새끼손가락한만한 오이가 여러 개 달렸다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삼세판이라 합니다. 시합을 하거나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삼세판으로 결정을 합니다. 오이 밭에서 얼마 전에 경고를 했습니다. 한달 안에 오이가 열리야지 그렇지 않으면 올해는 오이는 수확해서 먹는 것을 포기하고 찍어 없애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으며 기일이 몇일 남지 않아  않아 다시 경고를 했으며 더군다나 비가 내리고 물이 풍족하니 날짜를 잘 기억하라 그렇지 않으면 오이를 잘라내고 참깨를 심겠다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결단하지 못하고 약속한 날짜가 되어 오이 밭에 나가보니 오이가 열매를 맺지 못하여 경고한 대로 약속한 날짜가 되어 오이를 낫으로 베어내고 말았습니다. 밭두둑으로 풀들이 채소들보다 더 왕성하게 자라서 농작물을 해치게 되면  엉뚱한 발상이지만 뽑아 버려야 하니 이해해 달라고 미리 몇일 전에 경고하고 풀들도 뽑습니다.  밭에 자라는 채소들이 모두가 자식 같다는 생각에 주의를 주고 경고하고 뽑아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