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곳에 가고 싶다. 지리산 청학동 무아정.
지리산 청학동 무아정이 가고 싶었던 2005년 6월경 신문을 읽어보고 알았기 때문 이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허락되면 청학동에 한번 가려고 했지만 여의치 못해서 가보지 못하고 많은 시간이 흘러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꼭 가보려고 찾던 중에 모아 놓았던 글을 소개 시켜드립니다. 등산이나 여행으로 지리산을 많이 찾고 오르지만 예전에 청학동도 간적이 있었는데 무아정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인연 따라 왔거들랑 무거운 마음의 짐 내려놓고 가시게
지리산에 가면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집이 있다. 하룻밤은 물론 닷새까지는 침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더 묵고 싶다면 닷새가 지나 아랫마을에 내려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찾으면 그만이다. 그것도 진정 필요한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주인은 있으되 주인 행세를 하지 않는다. 밥해주고 이부자리 챙겨주고 술이나 차를 따라주니 자신을 스스로 남자기생이라 부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으레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청학동 박단골 상투머리에 자리잡은, 그야말로 모두가 주인인 ‘주인없는 집’ 무아정(無我亭)이다.
절 같은 한옥 건물 두 채엔 6개의 방이 있어 비좁게는 40명까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마루에 앉으니 겹겹으로 중첩된 지리산 자락의 골골들이 사열을 받듯 도열해 있다. 지리산과 결혼했다는 짧은 승려 머리의 50대 후반 주인은 저녁이 되자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드느라 바쁘다. 무아정을 찾은 한 여성이 도우려 하지만 한사코 뿌리치며 편안히 쉬라고 말한다.
밥을 짓는 사이 방문객들은 이방 저방을 둘러본다. 가지런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품이 도저히 남성의 손길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빨아서 차곡차곡 개켜놓은 타월과 황토와 감물을 들인 면 이부자리는 어느 특급호텔 못지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 한쪽에 놓여진 발재봉틀로 그것들을 손수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방바닥은 무명천을 바르고 콩댐을 해 어린 시절 고향 안방에 누운 기분이다.
밥이 다됐다는 소리에 방문객들은 통나무로 만든 밥상이자 찻상에 빙 둘러앉았다. 구수한 된장과 산나물들로 그득하다. 누군가가 가져온 삼겹살을 구워 싸먹으니 금세 게눈 감추듯한다. 소주 한 잔씩이 돌아가고 술기운이 오르자, 무아정 주인이 산에서 나는 각종 열매와 약초로 담근 술을 내놓는다.
절 같은 한옥 건물 두 채엔 6개의 방이 있어 비좁게는 40명까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마루에 앉으니 겹겹으로 중첩된 지리산 자락의 골골들이 사열을 받듯 도열해 있다. 지리산과 결혼했다는 짧은 승려 머리의 50대 후반 주인은 저녁이 되자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드느라 바쁘다. 무아정을 찾은 한 여성이 도우려 하지만 한사코 뿌리치며 편안히 쉬라고 말한다. (중간 생략)
지금까지 무아정을 찾은 사람은 4000명이 넘는다. 그렇다고 쌀독이 바닥난 적은 없다. 신기하게 쌀이 떨어질 만하면 다시 채워졌다. 생활비는 상이군인 연금이면 족하다. 국가만 잘되면 돈 끊길 일이 없으니 무아정에 국기를 게양해 놓은 연유다.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니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결국 무아정 방문자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을 되돌려받는 것이니 굳이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단다. 무아정이 종종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사관생도들의 단골 교육장이 되는 사연이다. 신부 수녀 목사 스님 등 종교인은 물론 예술인들도 단골이 많다.
무아정은 집을 비워도 문을 잠그는 법이 없다. 누구나 주인이 되어 밥을 해먹고 자고 가면 그만이다. 수석 등 손이 탈 만한 물건들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누군가 가져가면 그만이다.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은 아예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그자리에서 줘버린다. 무아정은 그런 과정을 통해 물욕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가르친다.
주변에선 무아정을 돕겠다고 번번이 나서지만 좌절되고 만다. 무아정 주인은 그때마다 성철 스님의 경구 하나를 내뱉는다. 자기를 속이지 않는것(不欺自心)이 그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무아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결국 그가 그를 위한 공양 의식이다. 자신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구 사양하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호의와 호기심이 무아정을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른 시간 무아정을 나서는데 그가 말을 던진다. 이제 별장 하나 장만하고 든든한 관리인도 뒀으니 마음이 곤궁할 땐 언제라도 내려오라고. 별장 구입자금으로 마련한 돈이 있다면 좋은 곳에 기부하란다.
시뻘건 일출이 지리산 자락을 불사르고 있다. 무아정도 함께 불탄다. 내가 없는 무아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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